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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춘기 아이들이 못되게 굴 때, 그 속마음은 무엇일까?

케이세상 2025. 4. 21. 10:44

“왜 저러는 걸까?”

사춘기 아이들이 못되게 굴 때, 그 속마음 들여다보기

안녕하세요. 정신과 전문의입니다.
진료실에서 많은 부모님들이 털어놓는 이야기 중 하나는 바로 **“우리 아이가 갑자기 못되게 굴어요. 말도 안 듣고, 말투도 싸납고, 도무지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”**라는 호소입니다.

사춘기. 그 이름만으로도 긴장되는 시기죠.
지금 아이는 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걸까요?
그리고 그 안에는 어떤 ‘속마음’이 숨겨져 있을까요?

오늘은 사춘기 아이의 겉모습 뒤에 숨은 마음을 들여다보고, 부모로서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.


1. 못되게 굴어도,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

부모에게 툭툭 말대꾸하고, 말 안 듣고, 문 꽝 닫고 들어가 버리는 모습.
이런 행동을 볼 때 우리는 “이 아이가 나를 미워하나? 일부러 속상하게 하려고 그러나?”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.

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이런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.

“나는 지금 너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. 그런데 엄마, 아빠가 여전히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을까?”

사춘기는 정체성이 형성되고 자율성이 폭발하는 시기입니다.
그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‘시험’해보는 행동을 합니다.
부모가 어디까지 나를 견뎌줄 수 있을까?
내가 이렇게 해도, 날 여전히 사랑해줄까?

그래서 못되게 군다는 건, 오히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어요.


2. 사춘기의 반항은 ‘떨어져 나가려는’ 자연스러운 본능

이전까지 착하고 순하던 아이가, 갑자기 말도 안 듣고 독립적으로 행동할 때, 부모는 당혹스럽습니다.
하지만 이건 아이가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‘신호’이기도 해요.

인간은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부모로부터 점차 떨어져 나와 자기만의 기준과 삶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.
그 시작이 바로 ‘반항’이에요.

“엄마 말 말고, 내가 직접 해보고 싶어.”
“아빠 말이 늘 옳다는 보장은 없어.”

이런 생각들이 마음속에 생기면서, 아이는 점점 부모의 말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주장하게 됩니다.

이 과정은 때로 못되게 보이지만, 사실은 심리적 독립을 위한 준비 과정입니다.
물론, 부모 입장에선 그 과정이 너무 아프고 서운하죠. 그래서 다음이 중요합니다.


3. 아이의 감정을 “이해”하지 않아도 “인정”은 해줘야 해요

사춘기 아이들은 종종 말이 안 되는 논리로 화를 내고, 기분에 따라 행동합니다.
이럴 때 “그게 말이 되니?”라며 논리로 설득하거나, “너 지금 왜 그런 식으로 말해?”라고 감정을 억누르려 하면 아이는 더 반발하게 돼요.

아이의 감정은 꼭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.
중요한 건, 인정해주는 것이에요.

예를 들어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:

  • “지금 네가 많이 화가 난 건 알겠어.”
  • “지금 내 말이 거슬릴 수도 있겠다.”
  • “엄마도 답답하지만, 너도 복잡한 마음일 수 있겠구나.”

이런 말은 아이에게 *“나의 감정을 존중해주는구나”*라는 안정감을 줍니다.
그 안정감이 생겨야 아이도 결국 다시 마음을 엽니다.


4. 못되게 군 그 말,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

사춘기 아이들은 종종 이런 말들을 합니다.

  • “엄마는 내가 싫지?”
  • “나같은 애 낳은 걸 후회하지?”
  • “말 걸지 마. 신경 끄라고!”

하지만 이 말들의 속뜻은 다를 수 있어요.

겉으로 하는 말속마음
“꺼져!” “지금 나한테 관심 좀 꺼줘. 너무 복잡해.”
“엄만 날 이해 못 해.” “나도 잘 모르겠지만, 그냥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.”
“다 필요 없어.” “지금 내 마음이 너무 아파.”

아이들은 아직 감정을 정제해서 말할 능력이 부족해요.
그래서 화가 나면, 상처받으면,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거칠고 서툽니다.
우리는 그 겉모습에 상처받기보다는, 그 안에 있는 마음을 읽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.


5. 아이의 마음이 가장 불안할 때, 부모의 ‘기둥’이 되어주세요

사춘기 아이는 겉으론 “신경 쓰지 마”, “나 혼자 할 수 있어”라고 하지만, 사실 속으론 *‘안전한 울타리’*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합니다.

그 울타리가 바로 부모입니다.
부모가 쉽게 흔들리거나,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아이는 더 불안해져요.

이럴 때 이렇게 해보세요:

  • “지금은 네가 싫은 게 아니라, 너의 말투나 태도가 속상한 거야.”
  • “엄마는 널 사랑하고, 그래서 더 이야기하고 싶은 거야.”
  • “지금 당장은 안 풀려도, 너한테 계속 관심 가질 거야.”

이런 말은 아이에게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줍니다.
그리고 그 안정감이, 아이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다리가 됩니다.


마무리: 사춘기, 못된 게 아니라 ‘헷갈린’ 거예요

사춘기 아이는 못된 아이가 아닙니다.
그저 자기 안의 감정, 정체성, 관계 속에서 너무 많은 것을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아이입니다.
못되게 굴 때일수록 더 사랑이 필요하고, 더 단단한 어른이 옆에 있어야 합니다.

물론 쉽지 않죠. 부모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고, 속상하고 지칠 수 있어요.
하지만 오늘 이 글을 읽고 있다면, 이미 당신은 좋은 부모입니다.
왜냐하면 아이를 이해하고 싶어서 이만큼 고민하고 있으니까요.

당신도 아이도, 잘하고 있어요.
서툴지만 함께 가고 있으니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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